안면도 나들이
콩나물대제국 2012/06/11 11:15 콩나물대제국<꽃지 할매 할아버지 바위>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은 아무리 둘러봐도 산밖에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란 말이 저절로 떠오르는 그런 산골이었다.
그 마을 이름이 그냥 귀로 듣기엔 '자빠꼴'이다.
고향이 어디세요?라는 질문에 '네~ 자빠꼴입니다.' 그러면 '그래요?' 그러면서 신기해 하면서도 살그머니 웃음을 참는 모습이다.
자빠질까봐 걱정되나보다.
하지만 걱정할거 하나없다.
왜냐하면 잣나무가 많은 마을 그러니까 '잣밭고을'이란 뜻이니까 말이다.
그런 산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여행을 산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그렇게 간절하진 않다.
하지만 책이나 이야기로만 듣던 바다에 대한 동경과 신비감은 오히려 더 간절하지만 어린 나이에 바다에 간다는 것은 엄두도 나지 않는 일이었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여름만 되면 바다를 찾아 여행도 많이 다녀보고 즐거운 추억들도 많이 만들었지만 지금 이 나이에 가장 기억나는 것은 무척이나 덥고 뜨거웠다는 느낌이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다.
피서란 말 그대로 더위를 피한다는 말인데, 오히려 더위를 찾아다니는 꼴이다.
이열치열을 몸으로 실천하는 것도 뭐 그리 나쁘진 않은 거겠지만 말이다.
<승언리 방파제>
그래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동해바다가 아닐까?
대학시절 그토록 불러대던 가수 송창식의 고래사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일품 해돋이 영향이 더 크지 싶다.
하지만 동해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갯벌의 진한향기와 먹거리, 밀물과 썰물, 조개잡이 등등 서해의 인간적인 향취도 그리 만만치는 않다. 그래서 나는 설악산 등산겸 가는 것이 아닌 바다여행은 늘 서해바다를 선택한다.
그리고 나는 서해안으로 휴가를 떠나게 되면 늘 같은 곳으로만 간다.
내가 항상 가는 30년 단골집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서해안을 찾은 곳이 안면도인데 안면도에는 교과서에도 나오는 천연기념물 제138호 모감주나무 군락지가 있고, 반도체 재료로 사용되는 실리콘을 많이 포함하고 있고 주물을 만들 때 사용하는 고운 모래가 꽃지해수욕장 주변에 많다고 하여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옆에 자리하고 있는 승언리 포구를 찾아가게 되었다.
야채 그러니까 풀만 뜯어 먹던 나는 강에서 잡은 잡고기로 끓인 민물매운탕도 역겨워 입에 대지도 않는 식성인데다가 바다 생선이라고는 북어나 간고등어, 말린 오징어가 전부인 내게 익히지도 않은 생선회와 매운탕은 너무 낯설은 음식이어서 손도 대지 못했다.
투박한 접시에 어설프게 담겨있는 김치쪼가리나 나물무침에만 손이 오락가락 하며 간신히 허기를 채우기 일쑤였다.
그런데 내가 머물렀던 민박집 주인 아저씨가 직접 잡아온 거라며 자연산 놀래미와 매운탕을 가지고 와 같이 먹자고 하며 한 입 가득 입에 넣고 우물우물 하더니 생선뼈만 남기곤 정말 맛있게도 먹는다.
무슨 맛이길래 저렇게 맛있게 먹을까 반신반의하며 맛이나 봐야지하고 먹어본 그 맛~!!!
지금 나는 회도 먹을 수 있고 매운탕도 먹을 수 있다.
이젠 다시 만날 수 없는 그 주인집 아저씨네 집은 바로 모감주 군락지 바로 옆이다.
그 집은 낚시배도 있고 조그만 슈퍼도 하고 민막도 같이 하고 있었는데 주인 아저씨가 직접 배를 모는 선장이기도 하다.
이젠 그 아들 딸들이 대를 이어 횟집도 하고, 모텔도 운영하고, 노래방도 있고, 바닷가 수산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그 옛날 머물렀던 슈퍼 안 민박집은 이제 너무 오래 되어 슈퍼와 민박은 그만 두고 안채만 살립집으로 쓰고 있다.
이번에도 잊지 않고 찾아 주었다고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둘째 아들 부부가 솜씨를 부려 한상 차려왔다.
그 옛날 그 추억은 아니지만 그 손맛을 이어받았는지 맛은 여전하고 게다가 화려함도 더해졌다.
주인 아저씨의 그 텁텁한 손맛을 추억하며 오마이블로그에 소개라도 해줘야겠다 생각했다.
요즘은 메인 요리 생선회는 나중에 나오는 것쯤 다 알고 있겠지요?
제일 먼저 나온 쓰끼다시다.
나참, 결국 인터넷을 검색하게 되었다.
쓰끼다시가 우리말로 뭐였지?
찾아 보았습니다.
밑반찬입니다.
뭐 평상시 자주 쓰던 말인데 같은 뜻인지 이제야 알겠되었네요.
서울에선 꽁치 한마리가 대부분인데, 인심도 후하게 전어 두마리 더 얹어 준다.
가을전어란 말이 있긴 하지만 초여름에 맛 본 전어도 보통은 넘는다.
이거 어쩌나?
진짜 맛있는 것들이 나왔는데, 앞에 너무 많이 먹은 것을 후회하게 한다.
그날의 추억 하나 더 소개합니다.
그믐사리라고 하나요? 모두가 잠든 사이 바닷물이 민박집 마당까지 들어왔다.
깊은 밤 부시시 잠깨어 방문을 연 순간, 달과 별들이 살며시 찰랑이는 바닷물에 내려 앉아 도란 도란 이야기하며 내게 손짓하던 광경, 정말 밤바다가 그렇게도 멋스러운 곳이란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날 밤 대청마루에 앉아 달과 별들의 속삭임에 취해버렸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취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그날 달과 별들의 손짓을 따라갔었다면 나는 아마도 지금 이 세상에 없지 싶다.
하지만 나는 아직 살아 있다...^^*
혼자 먹었을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4인용 모듬회 차림상이다.
아직 주 메뉴인 생선회는 등장하지도 않았다.
주 메뉴인 바다 생선회인데, 행여 상큼한 맛이 달아 날까봐 차갑게 얼린 사기그릇 받침 위에 회를 얹었다.
입안에 전해지는 상큼하고 쫀득한 씹는 맛이 참으로 일품이었다.
옆에서 새로 자리잡고 주문하는 분들이 자연산이냐고 묻는 질문에 주인집 아주머니가 우럭은 자연산이 없고 광어는 자연산이 있다고 대답한다.
그냥 자연산이라고 대답하는 경우도 있을 법한데, 여지껏 다녀보았지만 양식을 자연산이라고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회 맛도 회 맛이지만 차려내온 솜씨도 보통이 넘는다.
음식 장식하는 사람을 푸드 스타일리스트라고 하던가?
맞는지 모르겠다.
장식에 사용한 허브와 샤스타데이지 꽃은 아까 정원에서 보았던 것이다.
정원 장식도 하고 푸드 스타일 재료로도 사용하고 있다.
마지막은 역시 매운탕이다.
보글보글 오래 끓일수록 국물맛이 진하다.
배가 부를만도 하지만 이 진한 맛을 어찌 참을 수 있단 말인가.
부른 배를 두드려가면서도 다이어트, 몸짱을 꿈꿔본다.
기왕 소개하는 것 화끈하게 소개해주자.
내가 늘 가는 이곳은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모감주나무 군락지 바로 옆이다.
주인아저씨 말로는 자기네 땅이었는데 모감주나무 군락지가 되어 국가에 팔았다고 한다.
이 집 들어가는 입구인데 여기에서 보면 조개구이하는 조그만 별관만 보인다.
별관 오른쪽 끝에 '횟집본관'이란 화살표가 보인다.
주차장도 무지하게 넓다.
들어가서 살펴보자.
주차장이다.
몇 대나 들어갈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넓다.
입구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이 집 본관전경이다.
아이들 놀이터도 마련되어 있어 가족들 모임에도 아주 적합하다.
연기가 나는 조개구이나 아나고, 쭈꾸미구이 등을 위해 별관을 두었다.
별관 옆으로 연못과 분수대도 만들어 두었고 여러가지 꽃들도 많이 심어 두어 음식이 나오기 전에 이곳 저곳 둘러보며 가볍게 산책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식사를 마치고 소화도 시킬겸 주인아저씨의 꽃사랑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요즘 서해안에는 '꼴갑축제'를 한다는 뉴스를 들었는데, 꼴뚜기의 '꼴'과 갑오징어의 '갑'을 따서 이름 지었다고 한다.
꼴갑축제장은 아니었지만 꼴두기젓갈과 갑오징어도 맛을 볼 수 있었다.
바닷가로 가는 길목에 이집에서 가꾸고 있는 야채밭이다.
이집에서 먹는 밑반찬은 모두 여기서 길러서 만든 무공해 유기농 야채로 담은 것이니 걱정말고 드셔도 된다.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이집에서 기르지 않는 밑반찬도 있다.
텃밭에서 모든 것을 다 재배할 수는 없는 일이란 것은 인정해야한다.
하지만 제철에 나오는 야채는 모두 정성껏 재배하고 있다.
식사를 마친 후엔 모감주 나무 군락지 바로 옆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차 한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여유도 가질 수 있다.
이 벤치 바로 뒤가 모감주 나무 군락지인데, 극비사항이지만 모감주 나무 군락지 안쪽에는 야생 달래가 많이 자라고 있다.
여기서 씨가 날아와 여기 저기 야생달래를 찾아볼 수가 있다.
달래가 나오는 계절에 이 집에서 달래무침이 나온다면 그 것은 진짜 자연산 야생달래무침이다.
제 철에만 내오는 이집의 달래향과 냉이향이 어우러진 된장국 맛도 일품 중 일품이다.
배불리 먹었으니 이제 소화를 좀 시켜야겠다.
이정표를 따라 해안길을 따라 작은 산 하나를 넘으면 방포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이다.
방포항 꽃다리를 넘어가면 꽃지해수욕장과 연결되어 있다.
모래가 곱고 가늘어 자동차를 타고가도 빠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모처럼 신발을 벗고 작은 모래알의 느낌을 느껴보는 것도 생동감있고 운치있는 추억이 된다.
물이 빠지면 할매 할아버지 바위까지 걸어서 갈 수 있으며 가는 길에 바위에 붙어 있는 굴도 따먹을 수 있다.
포구 옆으로 난 긴 갯벌에는 고막을 캐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지난 봄 해안길 옆으로 피어났던 귀여운 노루귀꽃이다.
여름에도 꽃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벌써 봄이 그리워진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이게 이집 홈페이지인가보다.
주소창에 이렇게 써 넣으면 된다. http://marinclub.mireene.com
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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