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큰도둑놈의갈고리, 고추나물, 좀꿩의다리, 애기탑꽃, 칡, 쑥부쟁이, 좀깨잎나무
내 안에 핀 꽃 2009/09/03 21:26 콩나물대제국흰큰도둑놈의갈고리...
도둑놈의갈고리, 쌍안경이 생각납니다. ☞ http://blog.ohmynews.com/dudu/247207
도둑놈의 갈고리는 붉은 계통의 꽃이 피었었는데, 하얀색 꽃을 가졌습니다.
보기 힘든 녀석을 만나게 되었지만 비도 오고, 빛도 들지 않아 산뜻하게 담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잘 나오지는 않았지만 처음 만난 기념으로 소개합니다.
고추나물...
고추나물은 소개해드렸지요? ☞ http://blog.ohmynews.com/dudu/295265
꽃이 아니라 열매가 익으면 빨간고추처럼 생겼다고 했었지요.
이슬을 머금은 고추나물의 애처로운 아침인사를 그냥 모른척 할 수 없어 데리고 왔습니다.
좀꿩의다리...
'좀'이 붙어 있으니 작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는 거겠지요?
그런데 좀꿩의다리는 키도 크고 인물도 훤칠한 것이 기골이 장대합니다.
뭐가 작을까?
가만히 살펴보니 다른 꿩의다리보다 꽃이 자잘자잘하군요.
좀자가 붙을만도 합니다.
탑꽃...
탑꽃, 애기탑꽃, 산층층이, 층층이꽃
생긴 것들이 비슷비슷하게 생겨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일단, 층층이꽃은 꽃 색이 진한 분홍에 가까워 다른 것들과 쉽게 구별이 될 것 같다.
탑꽃과 애기탑꽃은 비슷하지만 애기탑꽃은 줄기가 연약하다고 하는데, 쉽게 구별짓기가 만만치 않다.
탑이나 층층이나 꽃이 위로 올라가면서 피어 있는 모양을 나타내고 있다.
칡...
하여가와 단심가가 떠오릅니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칙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서 백 년까지 누리리라
이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 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목에 칡즙을 파는 곳이 있습니다.
굵직한 칙뿌리를 톱으로 썰어보이고 까만 칡즙을 보여주며 몸에 좋다고 선전을 합니다.
그 말에 혹해서 몇 번 마셔보았는데, 씁쓸하면서도 짙은 단맛이 배어 있어 갈증을 해소하는데 도움도 되었습니다.
가끔 한 잔씩 마시는 것도 나쁘진 않았습니다.
쑥부쟁이...
가을을 재촉하는 쑥부쟁이가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아직까진 무리지어 피진 않았지만 가을의 문턱이 가까워 왔다고 은근하게 속삭이고 있군요.
좀깨잎나무...
잎이 마치 거북이 꼬리를 닮았지만 꼬리가 하나뿐이니 좀깨잎나무라고보아야할 것 같군요.
좀깨잎나무, 풀거북꼬리, 거북꼬리, 개모시풀 등 비슷한 것들이 꽤나 속을 썩인답니다.
탑꽃, 안그래도 광대나물이며 비슷한 것이 많아서 도통 구분이 가질 않는데 하나가 더 추가되었군요.
칡꽃 향기가 그처럼 달콤하고 향기로운지를 지난번에 고향 가서야 느끼게 되었는데요.
소호 사는 친구가 말하기를 칡꽃차는 간에 좋다는군요.(풍경님께서 전에 물으셨었는데 헛개나무 말고도 하나가 더 추가되었네요)
칡꽃차 만들때 ,칡꽃은 달콤해서 벌레가 많이 꼬이는데 그래서 반드시 뜨거운 물에 살짝 쪄 내서 말려야만 한다고요.
청미나리 밥상에 칡뿌리 끓인 물이 함께 올랐는데요.
칡뿌리 캐서 보내주시던 친구 아버지도 돌아가t시고....
칡즙 이야기를 들으니 울산에 처음 와서 칡차 마시던 생각이 갑자기 납니다.
오래전 이야기인 것도 같고 어제 일인것도 같고...
올 가을에는 친구가 사는 동해 무릉계곡의 단풍을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풀거북꼬리는 자주 보긴 했지만 이름은 처음 듣습니다.
이거 매일 이렇게 공짜 수업 들어도 되는지요...^^
비슷한 것들이 너무 많지요?
저도 아직 잘 구별 못하는 것들이 많답니다.
한꺼번에 다 머릿속에 넣을 수도 없고해서 하나씩 이름 외우고 있습니다.
청미나리, 제가 제일 좋아하는 나물입니다.
데친 것 말고 생미나리 연한 잎 넣고 비벼 먹는 상큼한 맛...
예의 없는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진이 너무 황홀합니다.
어쩌면 이렇게 잘 찍혔는지...
제발, 실물에는 이보다 더한 Force가 있었기를... ㅎㅎ
사진은 사진대로 실물은 실물대로 포스가 있지요.
스케일 큰 자연의 포스를 사진이 조금 클로즈업한 것 뿐이겠지요.
꽃을 보는 것보다는 꽃을 보러 다니는 것이 더 큰 기쁨인 것 같습니다.
하긴, 자연 속에서 사시니...
흰큰도둑놈의갈고리에는
민중들의 명명의 방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합니다.
저렇게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것은 격식에 매이지 않는
그들의 자유분방한 상상력과 언어 감각일 터!
도둑놈도 희고 크고, 갈고리를 가졌던가 봅니다.^^
꽃이름 하나 하나에 담겨있는 민중들의 삶의 흔적은 지금 우리들의 삶과 동떨어진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이름을 지은 주체가 어느 계층이었는지도 한번쯤 생각해 볼만하다 생각되네요.
그런데 흰큰도둑놈의갈고리에 갈고리 비슷한 거 있나요? 아무리 봐도 안 보이는데...가시가 있나요?
그냥 도둑놈갈고리,라고 해도 될 텐데 도둑놈의갈고리, 라고 '의'자를 굳이 붙여 더 치떨리게 이름을 만들었네요...
좋은 지적이네요.
어떤 것은 조사를 붙이고 또 어떤 것은 붙이지 않고, 나름대로의 의미를 담고 있겠지요.
또 숙제로 남습니다.
갈고리는 여기서 아무리 찾아봐도 없지요.
갈고리는 꽃이나 줄기에 있지 않고 나중에 열매가 맺히면 쌍안경처럼 달리게 되는데 그 끝에 있답니다.
도둑놈의갈고리 링크를 따라가시면 있어요~
실제로 보는 것도 이렇게 아름다울까요?
저는 사진을 찍어온것이 더 예쁘더라고요. 그게 더 나빠요.
쌩고생이라 다시 안온다 해놓고. 사진을 보면 또 그리워지니까요
사진을 통해 정리된 모습을 보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자연의 큰 스케일은 따라갈 수가 없지요.
들길, 산길을 따라 피어난 꽃들과 바람, 볕, 그 속에 서 있는 나를 표현할 마땅한 방법은 없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