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지리산!
콩나물대제국 2008/06/08 19:51 콩나물대제국달은 아니다... 그럼?...
산이라고는 근처 뒷동산에나 뒷짐지고 어슬렁 거리는 수준이어서 누가 들어도 알만한 유명한 산마저도 겨우 어느 도에 있는지 정도만 어렴풋이 알고 있는 정도이다.
그래도 직장 동호회에는 등산반에 들어있어 철마다 가벼운 산행을 한번쯤은 하곤한다.
이번에 연휴에 지리산 등반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와 며칠을 망설이다가 이번 기회가 아니면 다시는 지리산을 가볼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큰 맘을 먹어보았다.
오늘은 드디어 생각이 났다. '몇일'이 아니고 '며칠'이었었지. 고마운 돛과닻님.
평소에도 무릎이 썩 좋지 않은 편이어서 걱정이 많이 되었지만 무릎보호대도 빌려주며 걱정말라는 대장의 말에도 은근히 걱정이 앞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것이다.
지리산 출발에 앞서 무릎보호대를 끼고 스틱도 준비하고 하여 가까운 근교산에 올라보니 약간은 자신감도 생기긴 했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선 아직도 걱정이 태산이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요즘 딴데 신경쓰느라 꽃구경도 제대로 못했을뿐만아니라 여름으로 넘어가는 길목이어서 그런지 가까운 근처에서는 마땅히 꽃보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는데 지리산에 가면 못보던 꽃들이 많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에 다른 생각은 저만치 가있었다.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욕심을 낸다는 말이 아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용산역 열시오십분 무궁화호를 타고 다음 날 새벽 세시반에 구례에서 내려 예약한 택시를 타고 기사님이 소개해준 24시간 영업을 하는 갈비탕집에서 때이른 아침식사를 한 후 성산재에 도착하여 본격적인 산행채비를 갖추고 지리산을 향한 첫걸음을 시작한다.
새벽 네시반 아직 어두운 시간이었지만 랜턴 불빛을 따라 한걸음씩 걷는 것도 싫지는 않았다. 전날 밤새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내려 땅은 질척하고 군데 군데 물 웅덩이를 비켜가며 나는 참 복도 많지 내가 오니까 비도 딱 그치고 말이야~
이런... 말을 말아야지 너무 일찍 오두방정을 떨었나보다.
하루종일 비가 온다.
하루종일 걸어 간다.
지리산...거기에도 꽃이 없었다.
아니 있는지 없는지 둘러볼 틈도 없다. 그냥 걷기만 한다.
그래도 하나 건졌다...^^*
나도제비란...
겨우 겨우 찍었건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다시 올라갈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지리산엔 풀솜대가 한창이었지만 이미 많이 봤었고 비가 와서 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지나가는 길에 민눈양지꽃과 쥐오줌풀도 한창이었지만 역시 증명용 사진으로만 담아왔다.
지리산에 가면 꽃구경 실컷하고 올거란 기대감은 지리산을 감싸고 있는 비운무에 흩어져 사라져갔다.
범꼬리...
활짝핀 모습을 볼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 산행내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자주종덩굴...
종덩굴은 종덩굴인데 전에 보았던 종덩굴하고는 약간 다른 느낌이 든다.
꽃은 종모양을 하고 있고 잎이 달린 줄기는 덩굴성이어서 종덩굴이라고 한다.
여기 저기 둘러보니 자주종덩굴이란 이름이 적당할 것 같다.
한눈 그만 팔고 부지런히 걸어야한다는 대장의 질책에 걸음을 재촉한다.
역시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하면 안되는 일이 없나보다.
어느새 구름 위에 올라선 나를 보게 된다.
운무속에 깊게 몸을 숨긴 지리산의 모습은 말없는 미소를 머금고 바라보시던 자상한 어머니의 마음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구름 저편 구름속에 보이는 산이 아니고 저 멀리 아주 흐릿하게 보이는 산봉오리를 지나왔단다.
그저 한걸음 한걸음 걸어왔을 뿐인데 뒤돌아보니 어느새 저렇게도 멀리 떨어져있다.
하루의 걸음걸이가 이리도 멀리 느껴지기는 또 처음인것 같다.
내가 걸어온 삶은 얼마나 멀리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뒤돌아보고픈 생각마저도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저 또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야만 한단다.
누군가 그랬다. 월요일에 올라왔는데 오늘 처음 해를 본다고.
나도 지리산 갔다왔다.
아이구, 대단하고 훌륭하십니다.
저라면 엄두도 못 낼 일인데, 우중 산행이라니...
지리산, 90년대에 두어 번, 그리고는 못 가 본 산인데,
언제쯤 거길 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두어번씩이나요?
내려오고 싶지 않을 정도로 좋았지만...
다시 갈 엄두는 못낼것 같아요.
지리산 다녀오셨네요. 축하합니다. ㅎㅎ
산에서 작고 예쁜 꽃을 보다가는 일행을 놓치기 쉽죠.ㅎㅎ
저는 가족들이 기다려주지 않아요.
그래서 찍을 엄두를 내지 못해요.
안그래도 대장 눈초리가 심상치 않더군요.
자꾸 뒤쳐지니까 일정에 차질이 생길까봐서요.
무척 힘든 산행이었지만 무사히 마쳤답니다.
드디어 지리산을 다녀오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지리산 골짝골짝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꽃들이 두두지님의 눈을 빌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는데
몇 송이 밖에 나오지 못했네요.
메모리 8기가에 여분배터리까지...
배낭무게만 무겁게 만들었지요.
우중이지었지만 그래도 참 인상적인 지리산이었습니다.
아, 지리산.
지리산......
정말 가보고 싶어집니다.
저 구름바다.....
너무 아름다워요.
구름위는 빛이 잘들더군요.
구름 아래쪽은 그렇지 않았겠지요?
자기 쪽 생각만 하는 인간들의 단편이 아쉬웠습니다.
동전의 반대쪽 입장도 생각할 줄 아는 성숙한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언제나 "나도 지리산 갔다 왔다~" 할 수 있으려는지...^^
언젠가 여름 휴가 때 지리산을 가기로 했었는데 그만 비가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취소 되고 말았어요.
그 후로 기회가 없네요.
이젠 정상에 오를 엄두는 내지 못하겠죠?
중국처럼 정상까지 도로를 만들진 않을 거고(만들어서도 안 되지만^^)..
이제 이렇게 다른 분들의 산행 후기라도 열심히 봐야겠어요.
대장 눈치 보며(?) 찍으신 사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무릎이 좋지않아 산에 오르기를 꺼려한답니다.
그래도 한걸음 한걸음 걷다보니 정상에 오르게 되더군요.
다른 사람들보다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고 오르면 될것 같아요.
힘내세요~ 하시는 일 잘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참..여행이 가고싶다...정말.
가고 싶을 때 참다 참다 가면 더 좋겠지요?
기회올때까지 기다리지말고 기회를 만들어서 다녀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