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내 안에 핀 꽃 2008/04/02 21:10 콩나물대제국<할미꽃>
할미꽃...
겨우내 찬바람에 바깥 나들이 한번 못하신 어머니 따사로운 봄볕에 마음이 들떠 곱게 화장을 하고 봄나들이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화장대 거울앞에 앉아 정갈하게 머리도 빗어 넘기시고 고운 분 찍어 조심스레 얼굴에 바르시곤 이내 강렬한 포인트 입술화장으로 마무리를 하셨답니다.
어디로 마실을 가시려는지...
동네 이집 저집 들러보며 겨우내 소식이 궁금했던 또래 아주머니들을 만나 얼굴을 확인하고는 볕 잘 드는 마루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십니다.
가끔씩 들려오는 한숨속엔 세월의 안타까움도 전해집니다.
......
할미꽃을 보고 싶을 땐 제일 먼저 산 아래에서 볕이 잘 드는 묘터가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오래된 묘터 뗏장 사이로 빨간 입술을 내밀고 두꺼운 털옷을 걸친 할미꽃을 만날 확률이 아주 높답니다.
<할미꽃>
보면 볼수록 곱고 화려한 모습이지만 할미꽃에 전해지는 가슴아픈 이야기 앞에서는 그런 느낌마저도 몰래 삼켜야할것 같습니다.
어느 블로그에서 보았던 할머니꽃에 전해지는 이야기(좋은 글 맑은 맘 살맛나는 세상)
♧ 할미꽃의 유래 ♧
어머니의 영혼으로 피어난 할미꽃
언덕 너머 무덤가에
잡초를 헤치고 굳세게 솟아 올라
볽은색 영혼으로 피어납니다.
그 옛날 어머니는 남편을 일찍 여의고
홀홀 단신으로 세딸을 곱게 키워
큰딸과 둘째딸을 훌륭한 사위에게 출가시켰는데
막내딸을 시집 보내기 전에
몸져 눕게되어 걱정이 태산같이 컷다고 합니다.
다행히 어머니가 하던 일을
효심 지극한 막내딸이 이어가다가
좋은 신랑 만나 시집을 갔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병세도 회복되고
딸들이 서로가
자기집에서 함께 살자고해서
먼저 큰딸네로 갔는데
날이 갈수록 처음 마음이 아니었고
처음에는 반기던 둘째딸 역시
날이 갈수록 시큰둥 해져서
어머니는 막내딸집으로 가기로 마음 먹었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쇠약해진 몸으로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
막내딸네 집으로 가다가
언덕을 넘지못하고 숨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막내딸은 그자리에
한맺힌 설움으로 어머님의 묘지을 만들고
살아 생전 효도하듯이 무덤을 돌보았는데
따뜻한 어느 봄날 그자리에
빨간색 영혼의 꽃으로 피어났다고 합니다 .
지금도 어머님의 무덤가에 피어난
꼬부랑 할미꽃 에서는
영혼의 숨소리가 들리는듯...
사랑하는 어머니는 늙어 할머니가 됬고
어머니의 영혼으로 부활하여
빨간색 꼬부랑 할미꽃이 되었다고 합니다.
<할미꽃> | <할미꽃> |
아무래도 전 첫째딸, 둘째딸처럼이지 막내딸처럼은 못했단 생각이 가득입니다.
제가 어려서 들었던 옛날이야기로군요. 거의 정확하게 기억해요.
잊지 말고 기억했다 울 손자에게 전해야 할 텐데... 근데 어쩌나요? 제가 바로 큰딸인데... ㅋ ㅋ
어릴 적 우리집 바로 옆에 묘가 하나 있고 그 너른 모이마당(우리는 그렇게 불렀죠)에서 놀았던 기억이 아슴아슴 피어나는군요.
그때 소꿉살던 친구들은 어디서 무얼할까?^^
어릴 적 소꿉친구들...
다들 어디선가 잘 살고 있겠지요.
고향생각이 갑자기 납니다.
와~ 할미다
올 처음으로 할미꽃 사진을 접합니다
생생한 할미의 털꽃 접사 아주 멋집니다
좋은 사진과 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요즘은 할미꽃 보기도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환한 대낮에나 가지 조금만 어두워도 볼 생각을 말아야지...
할미꽃 보려고 묘지를 찾아 헤매는 모습이란...
어릴 적 할머니께서 할미꽃을 꺾어가면
늘 그걸로 족두리를 만들어 주셨지요.
그래서 할미꽃은 제게 추억의 꽃입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할미꽃은 예전처럼 흔하지 않았습니다.
누구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기른다는데...
볼 때마다 아련해지는 꽃입니다.
다들 할미꽃엔 아련한 기억들 하나쯤은 가지고 있나봅니다.
예전엔 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던 꽃이었는데...
그나마 할미꽃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의 특권이겠지요.
도시가 고향인 사람들에겐 아련한 것이 무엇일지 궁금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