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제비꽃
내 안에 핀 꽃 2009/03/31 21:33 콩나물대제국<노랑제비꽃>
꽃이름에 대한 것은 굳이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될것 같다.
제비꽃인데 꽃이 노랗다.
노란색 제비꽃은 이것 뿐인것 같으니 누가 원조인지 따질 것도 없을 것 같다.
<노랑제비꽃>
언땅 녹은 자리에 노랑제비꽃이 잎이 나오기도 전에 꽃이 먼저 피었다.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나기 전에 꽃이 져서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하는 꽃을 상사화라고 했던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조금 있으면 초록 잎이 나와 해피엔딩할 것이니 말이다.
무거운 머리를 들어보려 애쓰는 어린아이의 모습처럼 몸보다 큰 꽃머리를 들어 올리려 애를 쓰고 있는 노랑제비꽃이 정말 귀엽고 이쁘게도 생겼다.
<노랑제비꽃>
지난 해 지리산을 다녀온 팀들이 의기투합해서 다시 뭉쳤다.
이번엔 설악산 공룡능선을 가기로 했다.
마침 산을 좋아해 백두대간이며, 암벽타기 등 산을 잘아는 분이 있어 대장으로 모시고 설악산 등반계획을 세웠다.
4월 말경 연휴를 이용 설악산 공룡능선 등반예정으로 발맞추기 산행도 두어차례 할 계획도 짜 두었다.
첫 번째 발맞추기는 북한산-도봉산 종주코스로 아침 8시에 독바위역에서 출발 북한산을 종주하고 내려와 우이동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도봉산을 종주하는 코스로 정했다.
무릎보호대도 하고, 평소 하나만 들고 다니던 스틱도 양손 스틱 쓰는 방법으로 다시 배우기로 했다.
출발은 예정대로 진행되었고 행여 뒤쳐질까 카메라도 배낭속에 넣어버리고 열심히 걷는데만 열중했다.
정상으로 다가갈수록 눈이 얼어 얼음판이 되었다.
게다가 쉬는 토요일이어서 그런지 등산객들이 많아 계획했던 시간에서 점점 더 멀어져갔다.
대장이 눈이 있을 것 같다고 아이젠과 헤드랜턴을 준비해 오라고 쪽지를 보냈었는데, 일행 중 한 명이 준비를 해오지 않아 얼음 암벽을 지날 때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계획을 수정해야만 했다.
도봉산을 다시 오르는 것은 포기하고 좀 더 긴 코스로 북한산을 돌아 내려왔다.
<노랑제비꽃>
이젠 시간도 있으니 잠시 쉬어 물도 마시고 쉬었다 가자고 애원해서 겨우 찍었다.
카메라는 꺼내지 않았지만 산을 오르며 이곳 저곳을 살폈다.
초입에서 본 둥근털제비꽃과 하산길에 만난 노랑제비꽃이 오늘 본 꽃의 전부였다.
그래도 노랑제비꽃을 담아올 수 있었으니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노랑제비꽃도 그리 쉽게 볼 수 있는 꽃은 아니다.
오늘...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총맞은 것처럼...
설악산, 산불예방기간이라 산장예약도 안되고 입산도 통제된단다. 5월 중순까지...
햐,,이렇게 고개를 다 내밀기도 전에 꽃이 피다니,,,이런 모습의 제비꽃은 처음 봅니다.
위에 있는 사진, 잎이 나기 전 제비꽃은 마치 콩꽃처럼 생겼습니다.
잎이 없는 노랑제비꽃은 저도 이번에 봅니다.
볼 수록 신기하기도 해서 담아왔습니다.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하여 상사화라, 이 나라 이 땅에 기막힌 사랑의 시들이 천지군요.
그래도 해피엔딩으로 꽃과 잎이 만나서 참 다행이란 생각을 했답니다.
가슴 아픈 사랑이 더 아름답다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이루어지는 사랑이 더 하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이 친구를 멋지게 시로 쓴 시인이 있죠.^^
가난한 사람들이 꽃으로 피는구나.
폭설에 나뭇가지는 툭툭 부러지는데
거리마다 침묵의 눈발이 흩날리고
나는 인생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차가운 벽 속에 어머니를 새기며
새벽하늘 이우는 별빛을 바라보며
나의 사랑하는 인생이 되기로 했다.
희망 속에는 언제나 눈물이 있고
겨울이 길면 봄은 더욱 따뜻하리.
감옥의 풀잎 위에 앉아 우는 햇살이여.
인생이 우리를 사랑하지 않을지라도
창 밖에는 벼랑에 핀 노랑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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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인인 정호승님의 詩 <노랑제비꽃>입니다.
읽을 수록 희망이 느껴지는 시인거 맞지요?
따뜻한 봄날의 생동감이 넘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