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무, 갯장대, 광대수염, 광대나물, 방가지똥
내 안에 핀 꽃 2009/05/12 21:48 콩나물대제국<갯무>
언젠가 '갯'에 대한 열망을 이야기한 기억이 난다.
산골에서 태어나 바다에 대한 갈망이 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지만 결국 다람쥐 챗바퀴 돌듯 일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산기슭만 어슬렁 거리며 걷는게 고작이다.
모처럼 기회가 닿아 제주도를 가게 되었지만 꽉 짜여진 일정 때문에 한라산은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지만 짬짬이 시간을 내어 근처 숲속을 다녀보았다.
제주의 봄은 갯무로 시작해서 갯무로 끝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갯무가 한창이었다.
길가에 핀 갯무의 아름다운 자태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제주의 갯무는 이보다 더 훨씬 아름답다는 것을 믿어주기 바란다.
<갯장대>
갯장대...
성산일출봉을 오르는 계단이 가파르다.
가쁜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멈추고 멀리 바다를 향해 마음을 열고 펼쳐보았다.
시원하다.
더 많은 수식어를 붙인다는 것이 오히려 미안할 지경이다.
숨 한번 고르고 다시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눈앞에 나타난 '갯'장대다.
하얀 장대꽃에, 잎 위로 갯장대 특유의 보송보송한 솜털이 힘겨운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광대수염>
광대수염...
특이하게 생긴 꽃 모양에 빠져 아래쪽에 있는 수염을 놓칠 때가 많다.
커다란 삿갓모양의 모자를 쓴 모습이 무섭게도 보이지만 개성이 강한 무뚝뚝한 남자의 기개가 느껴지기도 한다.
꽃 아래에 거칠게 솟아난, 마치 장비의 거칠고 뻣뻣한 턱수염을 닮았다.
광대라고 하면 아마도 조선시대의 호칭일거란 생각이 드는데, 그 시절의 광대들은 수염이 길었었나보다.
혹, 그 시절 광대의 모습을 그린 그림을 가진 오블님이 계시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
광대수염은 그 수염을 닮았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광대나물>
광대나물...
광대의 해학적인 화장발을 떠올려보자.
어떤가? 광대가 화장한 것처럼 보이는지 모르겠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서양의 광대, 삐에로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렇다면?
동양의 광대와 서양의 광대는 통하는 데가 있다는 이야기란 말이 아닌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분장한 광대의 모습은 결국 동서양을 따질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방가지똥>
방가지똥...
방가지똥이라, 이름도 참~!
'똥'이 들어가는 것들 중에서 제일 많은 것이 아마도 쥐똥일 것이다.
그 외에도 애기똥, 말똥, 개똥 그리고 바로 이 방가지똥이다.
쥐, 말, 개, 애기똥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방가지똥이라니? 방가지가 뭐야?
방가지
[명사]<동물> ‘방아깨비’의 잘못.
죽, 방아깨비의 똥이라는 말이다.
정확한 분류는 잘 모르겠지만 방아깨비는 암컷이고, 수컷은 '때때기'라고 불렀던 기억이 난다.
때때기는 작고 조그마해서 잘 잡지 않고 방아개비는 크고 통통해서 잡아서 짚불에 구워먹곤 했었는데, 그 구수한 맛은 술안주로도 일품인 메뚜기를 구워먹는 맛과 비슷했었다.
방가지똥을 꺽으면 흰색 유즙이 나오는데, 이때 나오는 유즙의 냄새가 방아개비똥의 그 냄새와 같은 냄새가 나는걸까?
몹시 궁금해진다.
혹 경험해보고 그 냄새와 맛을 알고 계신 분~
언제고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다.
<갯>이 붙은 말은 제법 되지요.
갯지렁이, 갯버들, 갯마을...
갯무는 처음 듣는데, 그 울림이 좋습니다.
노란꽃 피는 장다리도 무 종류가 아니던가요?
장다리는 무나 배추 등이 꽃이 필 때 위로 쑤욱~ 솟아 피는 것을 말하는데, 보통들 장다리꽃이라고 합니다.
아마 요즘 사람들이 지었다면 롱다리꽃이라고 짓지 않았을까요?
보라색나는 양배추, 적채꽃도 보았는데 장다리였습니다. 곧 보여드릴께요.
봄 들판은
흙이 살아나고
강아지 발걸음마저 경쾌하지
나풀거리며
쑥 뜯으러 간 들녘,
보라색 풀꽃 배시시 피어 있다
생김새가
골무꽃 같기도 하고
꿀풀 같기도 한데
한참을 보았어
"너는 누구지?"
야생화 사전 중간쯤
조용히 이름표 단 너의 이름은
광.대.나.물
* 예전에 야생화사전 들고 딸이랑 광대나물 찾다가 지은 동시...랍니다.
시에 특별한 의미는 없고 풀꽃도 이름이 있다는 이야기를 딸하고 했던 것 같습니다. 벌써 오래전 일이죠.
오늘 주마감 한다고 아직 사무실이네요. 경기를 타는지 접수는 없고~~
동시와 함께 우리 들풀들을 소개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일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