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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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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나무

내 안에 핀 꽃 2007/05/31 08:20 두두지

<국수나무>

국수나무...

이름만 들어도 좋다.

정말 많은 종류의 국수가 있는데 그 중에 홍두깨로 밀어 만든 홍두깨 콩칼국수를 가장 좋아한다.
가끔은 아침에 칼국수가 먹고 싶어질 때가 있다.
참 이상도 하다.
꼭 그런 날은 점심때쯤이면 누군가 이렇게 말을 한다.
'어제 한잔해서 속좀 풀어야겠는데 칼국수 어때?'
마다할 내가 아니다.
저녁이 되어 집으로 오면 얼큰한 것이 생각난다.
이럴 땐 신김치에 칼국수와 마늘 듬뿍넣고 갖은 양념을 넣고 바글바글 끓여 땀 뻘뻘 흘리며 먹고나면 시원하기가 이루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하루 세끼 칼국수만 먹었다.

......

방앗간 집 아이는 국민학교(초등학교) 3학년 중간 쯤 시골을 떠나 도시로 나오게 된다.
그 시절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었던 '보릿고개'가 한창이던 시절이었다.

점심시간엔 책상위에 도시락을 뚜껑을 열어놓고 혼식(보리섞은 밥) 검사를 받아야했다.
회초리를 손에 들고 탁~! 탁~! 손바닥을 치시며 지나가는 선생님의 발자국소리가 왜그리 컷는지...
보리가 많이 섞어 새까만 도시락이었는데도 왜 그렇게 긴장이 되는지 지금 생각해도 참 순진했던것 같다.
지금은 그럼 안 순진한건가?

잠깐 생각해봤는데...나도 모르겠다.

혼식도 많이 권장했었지만 곁들여 분식도 많이 권장을 했다.
더구나 방앗간집 아이는 본의 아니게 속칭 짱깨집아이로 거듭난다.
힘들었던 시절이어서 온 식구가 매달려 일을 해야했다.
시간 날때 마다 집안 일을 도와야 했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알다시피 짱깨집이란게 배달이 참 많다.
그러다보니 배달사고도 자주 생겼다.
배달하지 못하고 돌아온 자장면은 다 식고 불어터져 잘 섞여지지도 않는다.
요즘 같으면 다 버렸겠지만 그 시절엔 그게 점심이고 저녁이었다.
그렇게 먹었으면 질릴만도 하건만 아직도 밀가루 음식을 특히 국수를 좋아한다.
누가 물으면 '매일 밥먹어도 또 밥먹잖아~ 그게 그거지~'


국수나무라는데 꽃을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국수를 닮은 구석이 없다.
혹시 만두를 닮았다고 하면 속아줄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전혀 느낌이 오지 않는다.

국수나무를 반으로 자르면 가운데 부드러운 속살이 길게 이어져 있다.
잘 빼면 길게 빠져나온답니다.
국수 같아 보이나요?
가는 국수 면발처럼 동그랗기는 하지만 상당히 굵은 것이 칼국수 정도는 되어 보입니다.
그렇다고 우동면발이라고 하기는 싫은건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국수나무 출처:야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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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프라우고 2007/05/31 11:40

    국수나무를 보고 국민학교 다닐적에 혼식검사를 떠올리시다니요...
    그때는 도시락을 싸갖고, 혼식검사를 받았고, 반찬도 뻔했고 ㅎ
    그래도 간절히 그리워질때가 있습니다.ㅎ

    • 두두지 2007/05/31 15:22

      그 시절 제 별명이 '도시락 괴물'이었다지요?
      도시락 들고 전교를 다 돌아다녔다는 전설~
      많이도 그리워 집니다.
      요즘은 다 급식이지요?

    • 프라우고 2007/05/31 15:01

      네~ 요즘은 다 급식을 먹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많이 남기고 맛없어 보이는 나물이나 야채는 전부 버려요.

      ㅎㅎㅎ

    • 두두지 2007/05/31 17:59

      예전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먹던 나물, 야채들이 이젠 웰빙식품이 되었는데...
      아이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어른들 이야기였군요.
      세대차이가 느껴집니다.

  2. 돛과닻 2007/05/31 17:02

    저 나무가 왜 국순지는 정말 요해(?)가 되지 않네요.
    두두지님과는 달리 저는 어릴 때 국수를 아주 싫어했습니다.
    칼국수(우리 경상도 말로는 그냥 '손국시'라고 했지요.)는 그래도 먹어 내는데
    밀을 가져가서 국수공장에서 빼 오는 '왜국시'는 이상하게 비린내가 나서
    극도로 혐오했더랬습니다.
    그러나 식성도 변하지요. 어느 날부터 국수가 입에 맞기 시작했는데, 생각해 보니
    선친께서 그리 국수를 좋아하셨지요. 나이 들어서 아버지 식성을 따라가고 있는 셈인데 군에 가 있는 아들녀석은 어릴적부터 국수를 좋아했습니다.
    식성도 알게 모르게 피와 유전자를 따르는 듯합니다. 요즘은 왜국시도 아주 잘 나와서 잘 먹습니다. 세 끼를 국수 먹어 본 적은 없지만, 크게 사양하지 않을 듯합니다...

    • 두두지 2007/05/31 18:02

      저도 왜 국수나무인지 이해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저 가느다란 나무속살을 보고 국수나무라고 지었을 줄이야~
      만져보면 부드럽고 오동통한것이 딱 국수면발의 느낌입니다.
      어릴때는 식성을 닮지 않은것 같아도 세월이 지나서 돌아보면 그때 선친께서 늘 드셨던 것을 또 제가 좋아하는 것들 발견하게 되지요.
      우리 아들들도 그렇게 되겠지요.

  3. 늑대별 2007/05/31 17:27

    저도 이 나무가 왜 국수나문지 아무리 들여다 봐도 이해가 안되더라고요. 별명도 거렁방이나무예요. 볼 때마다 아리송합니다.

    • 두두지 2007/05/31 18:14

      에효~
      국수나무 이름을 이해하는데도 오래걸렸는데~~
      거렁뱅이나무까지...흑~

  4. 2007/06/03 00:30

    마지막 사진이 압권이에요.
    우동이 아니고 국수가락이라 말씀하시는 두두지님.
    ㅋㅋ ㅡㅡ;;
    국수나무꽃 너무 귀여워요.
    덩달아 두두지님의 추억이야기.
    두두지님과 함께 생생하게
    추억으로 돌아간 느낌.^^

    • 두두지 2007/06/04 08:02

      국수나무꽃 향기가 가득합니다.
      시작하는 월요일 상큼한 향기와 함께 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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