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콩나물대제국 2007/05/26 22:11 두두지<소백산>
벌써 그렇게 되었던가?
소백의 능선을 오른지 19년 만에 다시 올랐다.
운무로 가득찬 소백능선의 벅찬 감동이 바람과 함께 내 맘속을 치닫는다.
다시 올라올 수 있으리라 생각지도 못했었다.
저 능선을 따라 길게 늘어서 철쭉의 그 화려한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겠지.
자포자기에 빠져 올라올 생각도 하지 못했다.
운동이라면 만사 제쳐놓고 운동장을 뛰어 다니던 젊었던 시절이 떠오른다.
지칠줄 모르던 몸놀림, 거침없이 헤집던 자신감,
가쁜 가슴박동마저도 상쾌한 기분으로 전해지던 짜릿한 순간들...
이젠 생각으로만 느껴야한다.
이제서야 그 젊었던 시절 그 능선을 다시 올라,
휘몰아치는 소백의 거센바람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은 깊은 충동을 느껴보고 싶단 생각이 강렬하게 빠져든다.
좋아하던 운동도 몇일 째 쉬어가며 혹여나 중간에 포기할까 숨어드는 자신감을 불러 깨워놓았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을 골라 다니는 직장내 동호회에도 정식회원으로 등록하고 한걸음씩 한걸음씩 준비를 해온 것이 벌써 이년째 접어든다.
등산화 끈을 단단히 잡아당겨 고쳐매고 행여 풀리지나 않을까 다시 한 번 조여맨다.
김밥 두 줄, 참외 두개, 작은 물병 세개, 연양갱 하나, 초콜릿 한개...
내게 주어진 짐들이다.
다른 동료들 배낭을 바라보니 두둑하고 빵빵하다.
미안한 생각과 함께 고마운 마음에 한순간 눈시울이 시려왔다.
산밑 출발지점이 얼마 되지 않아 벌써 일행은 앞서 나가기 시작한다.
몇일 쉬어서 그런지 발목과 무릎이 시원치가 않다.
그렇다고 동료들 페이스에 맞출 수도 없어 호흡에 맞춰 한걸음 한걸음 발길을 옮겨본다.
길가에 피어난 이름모를 꽃이라고 하고픈 소백산의 야생화들이 나를보고 응원의 손짓을 보낸다.
힘이 들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 힘을 얹어주는 꽃들이 참 고맙기도 했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꽃이 있을 때마다 쉬었단 이야기도 되는게다.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아가며 오르며 서서히 가슴속 한구석에 자신감이 끓어오른다.
계단 한쪽으로 시작해보지만 어느새 몸이 세찬 바람에 밀려나 계단 밑으로 발이 몇번을 빠져버렸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꿈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을 내디뎠다.
이젠...
저곳만 돌아가면 비로봉이다.
벅찬 감회가 밀려온다.
하늘에서 내려온 구름사이로 빛이 내려와 멋진 자외선 쇼를 펼쳐보이고 있다.
힘든 기억은 어느새 바람결에 구름을 타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벅찬 감동과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다.
......
"이제 1/3 왔습니다."
"저쪽 능선을 따라 국망봉을 돌아 왼쪽 기슭으로 내려갈겁니다."
"식사들하시고 잠시 쉬었다 출발하겠습니다."
대장의 입이 참 크게도 보인다.
......
그래도 이렇게 블로그질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며 고생한 다리를 주물러본다.
좋았겠습니다.
저도 소백산을 다녀온지 꽤 시간이 지났습니다. 5년전 겨울에 카메라가방에 삼각대, 배낭까지 짊어지고...
부럽슴다 ^^
겨울산은 한번도 올라가본적이 없는데...
오히려 블루님이 더 부럽습니다.
카메라에, 삼각대, 배낭, 겨울이라 배낭이 꽤나 가득했을건데...
5년전이지만... 블루님 애쓰셨습니다. 토닥~ 토닥~
소백산 인근에 살면서도 소백산엔 잘 가지 않습니다.
기회가 없었고,자신이 없기 때문이고, 기회를 만들려 하지 않기 때문이지요.^_^
소백의 명성이 어울리는 풍경, 덕분에 잘 감상하고 있습니다.
소백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야생화 꽃길이 철쭉에 못지 않았습니다.
아직 철쭉이 시원스럽진 않더군요.
유월 중순쯤 만개할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더 가고 싶은데 기회가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그 유명한 소백산 다녀오셨군요~
전 등산은 영 힘들까봐서 부석사 무량수전에 서면
그 앞으로 바라다보이는 그 소백산 능선으로 만족할래요. ㅎㅎ
저도 이젠 멀리서 바라만 봐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19년을 바라만 보다 간신히 올라갔답니다.
한번 용기를 내보시는것도 좋을것 같습니다.
저는 겨울철엔 꼭 소백산을 한번씩 다녀옵니다. 겨울산이 좋아요. 철쭉 지고나서 여름 장마철에 비 약간 부슬부슬 올 때 가도 좋더군요. 초원지대에서 들꽃들이 살랑거리고...아직 철쭉이 본격적으로 핀 것 같지 않군요.
철쭉은 조금 더 있어야 될것 같더군요.
그래도 다양한 야생화를 만날 수 있어서 기분좋은 산행이었습니다.
구름속을 지날땐 비가오는 느낌이 들더군요.
상쾌한 바람과 구름의 느낌...또 다시 느껴보고 싶어지네요.
어제는 260 쪽에서 101 쪽까지
오늘은 1에서 100 쪽 까지 마우스를 눌렀습니다.
소백산은 물론 숲 속 구석 구석 작은 풀꽃들을 어루만지며 담으셨군요.
작은 것들을 사랑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인듯 합니다.
감동 입니다.
엄청난 양이라 훑어 내려 가며 읽었는데 다시 꼼꼼이 읽어보고 싶습니다.
야생화 사전 달랑 하나 가지고 나름 식물도 꽤 잘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 내니 그 내공의 차이가 하늘과 땅입니다.
콩나물대제국이 저에게는 식물 사전이 될 것 같습니다.^^
어휴...손가락에게 그런 혹사를...
부탁하나 드려야겠군요.
님 손가락에게 호~ 해주시고... 고생 많았다고 전해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