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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산

콩나물대제국 2006/12/13 13:00 두두지
바람능선 등산 동호회에서 이번에 가평 명지산을 다녀왔습니다.
대장님주위에 모두 모여 지도와 나침반을 펼쳐놓고 산세를 살피고 가야할 길을 안내 받았습니다.
사진에는 나침반이 안보이는데 조금있으면 주머니에서 꺼낼겁니다.
동영상이면 연속화면을 나오겠지만 그냥 정지사진이어서 말로 대충 때웁니다. 나침반 없다고 따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명지산은 일봉, 이봉, 삼봉이 있는데 오늘 목적지로 정한 곳은 이봉입니다.
무전기 세대를 선발, 중간, 후미에 배치하고 안전한 등반을 누누히 당부하고, 모든 준비에 철저를 기하시는 대장님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시간입니다.

올라가는 산자락에 갖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전원주택들이 즐비하게 세워지고 있었습니다.
각자 한채씩 주인 허락도 없이 자기 집으로 만들었습니다.

제일 맘에 드는 집은 언덕위에 하얀집입니다.
기억이 흐릿하지만 언덕위에 하얀집 노래도 있었던것 같은데 생각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잘 될지는 모르지만 언젠간 나도 저런 집을 짓고 잠시 몸과 마음을 쉴 공간을 마련할 수 있을거란 희망을 가져봅니다.

눈덮힌 겨울 산을 오르는 발걸음이 아직은 가볍습니다.
하얀 설원위에 하나씩 새겨지는 발자국들이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길게 흔적으로 남아있고 싶었나 봅니다.
내일이면 겨울 삭풍에 묻혀버릴 발자국일지라도 오늘은 그 의미를 깊게 새기고 싶어집니다.

춥고 긴 겨울을 나기위한 몸부림에 앙상하게 말라버린 나뭇가지들 속에 나를 숨겨보려 했었지만 가려지질 않는군요.
다들 추위에 떨고 있는데 혼자만 따뜻하게 끼어입은 내 모습을 보니 아직도 먼 봄날까지 스산한 바람소릴 들어야할 녀석들의 신음소리가 귓전을 울려 살며시 마음이 아려옵니다.


다 밟아서 발자국이 남아서 첫발자욱 남길 곳도 없게 해놓고 왔다고 오해하실까봐 아무도 밟지 않은 미답의 눈길을 담아왔습니다. 새겨넣으셔도 됩니다.

아름다운 인생 여정을 몸소 후배들에게 보여주셨답니다.
눈 덮힌 산속에서 들려주신 멋진 가곡까지 곁들여주시고 ㅋㅋ 이러면 안되는 줄 알지만 참 귀여웠습니다.
바람능선의 평생회원으로 가입하셔서 앞으로도 건강한 모습 자주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러면 안되는 줄 알지만...정말 꿀맛이었습니다.
오늘 일정에 참가한 인원이 13명이었습니다. 그런데 금연하시는 분들이 모두 12명 이었다죠?
딱 한분이 담배를 아직도 즐기시고 계셨는데 가지고 오신 라이터 가스가 모두 떨어져 오늘 한까치도 못 피웠답니다.
이런~ 늘 준비에 빠짐이 없으셨던 우리 대장님까지 라이터가 없다는군요.
버너와 라면과 물과 젓가락과 컵들이 갑자기 슬픈 얼굴이 되었습니다.
다들 배낭속에 혹 넣어둔게 그냥 있지 않을까 뒤져봤지만 없습니다.
다들 포기해 갈 무렵... 멋진 노래를 선사해주신 선배님께서 '그래도 라이타 꺼내봐~'
라이터 주인께선 '가스가 하나도 없다니깐요'하시면서 라이터를 건네주십니다.
찰칵~ 찰칵~ 가스가 없어 불똥만 튀깁니다.
핫...여기서 번뜩...우리 찍사님...찰칵~ 찰칵~ 소리에 번개처럼 아이디어가 튑니다.
'가스~! 버너에 있잖아~ 거기다 라이타대고 튀겨 그럼 붙어~!'
힘들게 끓인 라면 너무 맛있었습니다.

이러면 안되는 줄 알지만...정말 꿀맛이었습니다.

위에 있는 사진만 아니라면...'저 컵라면 먹고 있는겁니다.' 라고 우겨볼려고 생각해봤는데...안되겠죠?

그래도 컵에다 먹으면 컵라면이죠?

약간 늦게 올라간 산행이어서 다 내려오니까 벌써 날이 어두워졌습니다.
혹 겨울 산행하시게 되면 조금 서둘러 내려오셔야 할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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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령인 2006/12/13 18:21

    하하하...
    선배님이시라는 분의 등산경륜 내공이 무척 높으신 분이셨군요
    선배님 아니셨다면 모두들 쫄쫄...
    에고 담배들 안피우신다해도 어찌들 버너에 붙일 불씨를 한분도
    안가지고 가시는 실수를 하셨을까요, 덕분에 이번 명지산 등반이
    재미난 에피소드 하나를 만들어 주었네요
    근데 명지산에도 눈이 많이 왔군요, 겨울 나들이 본전 뽑으셨겠습니다
    오늘이라도 배낭에 미리 라이타좀 한두개 넣어 두세요 ㅋㅋ

    • 두두지 2006/12/13 19:41

      눈덮힌 산속 등반도 제법 운치가 있더군요.
      발끝으로 전해오는 포근함과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위기감이 함께하는 등반이었습니다.
      올라가며 내려오며 '엄마야~' 소리를 못들어도 백번은 들었지 싶습니다.
      멋스러운 운치뒤에 가려진 위험에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가셔야할 듯 싶습니다.

  2. 왕언니 2006/12/14 11:29

    명지산...
    저도 아주 젊은 처자시절에 다녀온 산이랍니다.
    얼음이 언 땅에서 미끄러지며 내려오는 요령도 배웠었지요.^^
    지금은 절대 도전 못해요...
    그 시절엔 저렇게 이쁜 집 없었던 것 같지만
    그래도 경치 좋은 곳은 서민들이 살아가는 터전이라...
    이젠 그마저도 다 빼앗긴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공연한 제 피해의식일까요?

    • 두두지 2006/12/14 13:40

      그냥 짐작이긴 하지만 그 터전에 지은 집들이 대대로 살아오시던 분들이 살고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죠.
      왕언니님도 마찬가지지만 빼앗긴다는 느낌, 가질 수 없는 꿈일 수 밖에 없는 그런 느낌들...공연한 피해의식만으로 돌리기엔 마음이 아파옵니다.

  3. 2006/12/14 19:59

    노래부르시는 분
    넘 멋있으세요~~!!
    글고 두두지님 드시는 라면
    무지 맛있을거 같아요.
    산행하면서 먹는 라면맛이 기막히다고 하던데..
    전 올라가는 것 보단 보는것을 더 좋아해서~
    ㅋㅋ
    ㅡㅡ;;
    암튼 두두지님은 등산도 좋아하셨었군요~

    • 두두지 2006/12/14 20:27

      앤님도 참...
      맛있는 것만 찾아서 드시면서~
      그런데 솔직히 컵에 담아서 먹는데 정말 꿀맛이었어요.
      땀흘리고 정상에서 많이도 아니고 감질나게 한컵...^^*
      아~ 그맛~!

  4. 해를그리며 2006/12/16 15:06

    산위에서의 따끈한 라면국물 정말 맛있었겠습니다.
    눈 덮인 산을 빨리 밟아봐야할텐데...

    • 두두지 2006/12/16 20:39

      눈덮힌 산 발걸음으로는 그리 멀지는 않더군요.
      마음 잡기가 쉽지않죠? 그래도 작정하시고 한번 다녀오세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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