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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룩뱀의 소나무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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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룩뱀의 소나무타기

콩나물대제국 2006/09/18 09:08 두두지

<누룩뱀>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수락산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봄 햇살이 비추고 점심을 지나 저절로 눈까풀이 내려오는 시간입니다. 잠시 바람도 쐴겸 어떤 봄꽃들이 피었을까? 궁금하기도 하여 모처럼 채비를 챙겨 수락산에 올라봅니다.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등산로 옆 길로 접어듭니다. 이곳 양지바른 곳에 제법 야생화가 피어있어 가끔씩 들러보는 곳이기도 합니다.

내려가는 길에 나무 밑으로 큼지막한 뱀이 또아리를 틀고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내가 누굽니까? 눈싸움하자는데 질수야 없죠? 눈싸움을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서로 노려보고있으려니 눈물이 다 나려고 합니다. 그렇다고 울수야 없지요. 눈에 힘을 주어 부릅뜨고 째려봅니다. 그럼 그렇지~ 녀석이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는것 아닙니까?

헉~!
놀래 자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아 글쎄 이놈이 커다란 소나무를 칭칭감고 스르륵~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빠르게도 올라갑니다. 얼른 카메라꺼내 자동에 놓고 뷰파인더를 들여다 봅니다.

헉~!
이 녀석 그렇게도 번개같이 올라가더니 사진 찍는다고 한번 쓱 멈추고는 폼을 잡습니다.
기가 막혀서~ 사진 안찍어 줬습니다.
나도 한 성깔 합니다.
찍어달라고 그러면 찍어 줍니까? 안찍어줍니다.

<뱀밥-쇠뜨기>

<뱀딸기>

내가 찍고 싶을 때 찍는거지~ 니가 찍으라면 찍을줄 아냐?
그랬더니 또 슬그머니 올라가는거 아닙니까? 그때서야 셔터를 눌렀습니다.
이녀석 식성이 까다로워서 뱀밥은 커녕 달콤한 뱀딸기도 쳐다도 안본답니다.
그런데 나무타기는 일가견이 있어서 나무 위 새집에서 새알 훔쳐먹는 새집털이 전문범이라고 합니다.

생각해보세요.

나무 밑을 지나가고 있는데 새알이 툭! 떨어지고...
어? 이게 뭐야? 왜 새알이 떨어지지? 하고 있는데 뱀이 위에서 툭! 떨어지면...

으흐~ 생각하기도 싫어!

<가을길 논두렁>

몇일 쯤 지나 시골형님을 만날 일이 있어서 수락산에서 무지하게 큰 뱀이 소나무로 올라가서 사진을 찍어 두었다고 햇더니 눈을 크게 뜨고는 얼른 보자는것입니다.
그래서 보여줬더니 '야~ 이거 몇십만원은 하겠는데? 어디서 봤어? 가자~!'
놀래 자빠집니다. 가길 어딜가?
괜히 이야기 했다 싶고 후회가 막급입니다. 말리느라 애먹었습니다.

우리 형님 일화를 하나 들려드릴까 합니다.
지난 추석무렵이었지요.
벌초한다고 채비를 싣고 조수석이 비어있는데도 화물차 뒤칸에 타고 신나게 들바람 맞으며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비포장도로지만 그래도 길이 반듯하고 잘 다져져 있어 시속 40킬로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끼익~ 하더니 차가 급정거를 합니다.
그리고 차에서 내리더니 뒤로 한 이십여미터를 달려가더니 논두렁밑으로 들어갑니다.
솔직히 쉬가 마려워서 화장실 가는 줄 알았습니다.
형도 참~ 동생인데 그냥 볼일보면 되지 거기까지 가냐? 속으로 피식 웃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게 아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손에 무엇인지를 들고 오는데 막대기처럼 생겼습니다.

그게...뱀이었습니다. 그것도 살모사!

운전이나 열심히 하시지 그새 논두렁 옆으로 지나가는 뱀을 보고 쫒아가서 잡아오다니 아뭏든 기가막혀 말도 안나왔습니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그 사진 이야기를 동네에서 이야기 한모양입니다.
온 동네가 그거 잡으러 간다고 시끌벅적했답니다.

내 두번 다시 뱀이야기 절대로 형앞에서 안꺼낼겁니다.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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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얀민들레 2006/09/18 09:54

    우하하하~~~
    울동네 뱀 많은데.
    많이 볼때는 서너 마리 봅니다.

    행님께서 참 기술좋심더. 지는 눈앞에서 사라지면 못 잡는디요.
    며칠전엔 봉당에서 마당으로 슬금슬금 겨내려가는걸 쪼차갔는데
    놓쳤시유~
    머 뱀이 미워서라기 보다는 얼라들 안전땜시 그라지요.

    • 두두지 2006/09/18 11:12

      논둑길 걷다보면 여기서 스르륵~ 저기서 스르륵~
      밤에 꿈에서도 스르륵~ 스르륵~
      서울에선 뱀 보기가 그리 수월하지는 않네요.
      그리고 머 굳이 변명안하셔도 됩니다...^^*
      얼라들 안전이 젤 중요하죠...&^&

  2. 왕언니 2006/09/18 15:41

    오늘은 비얌이야기가 참 많네요^^
    전 그거 참 무서워하는데...
    순 서울내기인 우리 올케는 뱀이 귀엽다고 해서 난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ㅋ ㅋ
    새알 떨어지는 나무 쳐다보다 뱀이 내 몸으로 떨어지는 경험이 있거든요...
    그 섬뜩한 차가움... 아휴.. 다시 소름 돋습니다.ㅜ.ㅜ.

    • 두두지 2006/09/18 19:01

      에효...그 새알털이뱀이 바로 이 누룩뱀이에요~
      왕언니님은 손가락 쫙~펴서 가리고 보세요~

  3. 세요각시 2006/09/23 01:25

    뱀 정말 무서워요.. 여름휴가때도 산에 오르다가 나뭇가지 인줄 알았는데..
    세상에 목을 드는거예요. .올매나 올매나 놀랐는지. 소리 꽥...
    진찌 싫어요.. 뱀딸기 뱀이 먹는거예요?
    아님 사람도 먹어요?

    • 두두지 2006/09/23 08:57

      저도 뱀 무서워요~ 소름...
      뱀이 먹는것 같진 않구요.
      조금 습한 곳에서 잘자라서 뱀딸기 있는 곳에 뱀이 많아요.
      먹어도 괜찮지만 맛은 별로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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