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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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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

내 안에 핀 꽃 2006/10/12 09:16 두두지

<산구절초>

아버님 죄송합니다.

이러면 안되는 줄 알지만 절하는 동안 내내 시선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구절초의 유혹이 웬만해야 말이죠.

추석 성묘길을 따라 온산 가득 구절초가 흐드러지게도 피었습니다. 양지바른 곳에 어김없이 활짝핀 구절초들이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수줍은 얼굴 살풋가리고 아침 기지개를 켜는 녀석도 보이는군요.

아버님 죄송합니다.
주위를 온통 구절초 꽃밭으로 만들어 드릴께요. 속으로 약속을 했습니다.  이 약속은 내년에 저절로 지켜질걸 전 알고 있습니다.

10월 10일이면 쌍십절이라고 하죠? 9월 9일은 구구절절일까요? 아뭏든 구월 구일쯤되면 구절초들이 만발하고 그때 약효가 제일 좋다고 한답니다. 그래서 이름도 구절초가 되었답니다.

......

제 고향은 충청북도 영동군 용산면이라는 곳입니다.
경상북도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추풍령 바로 밑에 있지요.
백화산이라는 그래도 꽤 유명한 산이 있는 곳입니다.
고향집에서 바라본 백화산의 기개는 가히 천하를 호령할 듯합니다.

지금은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데, 가끔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영동입니다.'라고 대답하면 영동대교가 고향인줄 아는 사람도 있습니다.

<쑥부쟁이>

<산구절초>

<백화산>

다리 위에 집짓기가 그래서 '용산입니다.'라고 대답하면 '아 좋은 동네 사시는군요. 용산가족공원 가보셨나요?'
졸지에 서울이 고향이 되어 버립니다.

결국은 한참 부연설명을 해야 그제서야 알아 듣습니다.
어떤 땐 그냥 서울 사람이 되어버리기도 하지요.

어릴 적 다니던 학교 이름이 '구룡초등학교'입니다.
구룡 그러니까 웅장한 느낌도 들고 하늘로 승천하는 그런 느낌도 들고 그러지요?
학교 앞쪽으로 자그마한 산이 아홉개가 주르르 이어져 있는데 그 형상이 용이 누워있는 형상이랍니다.
그 산 이름이 구룡산입니다.
그땐 그 산이 참 높게만 보였는데 이번 추석에 바라다보니 작은 동산이 되어 버렸네요.
세월은 산도 깍아내려 낮게 만드나봅니다.

산에 올라간다고 형님이 운동복으로 갈아입으라고 면티를 하나 주었습니다.
선명하게 찍힌 '구룡 22회'가 옛 추억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형님에게 한마디 건네곤 씩~ 웃었습니다.
'형~ 오학년때 전학가서 졸업도 안했잖아~'
'24회껀 없어?'

고향에 산다고 같이 어울려서 동창회도 하고 그런답니다.
인심도 후하죠?
면티를 입고 선명하게 찍힌 '구룡'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어릴적 꿈을 다시 한번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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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왕언니 2006/10/12 12:07

    구절초를 그냥 들국화라고 알았었지요..
    누가 좋아하는 꽃이 뭐냐고 물으면 늘 구절초를 떠올리며 들국화라고 했답니다.^^
    왜 저리 설운 꽃을 어려서부터 좋아했는지...
    운명인가 봅니다.

    강남 개포동에도 구룡초등학교가 있습니다. 그 앞으로 구룡산이 보이구요.
    잠시 그 학교 말씀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제 아픈 아들놈이 그 학교 출신아라서...

    • 두두지 2006/10/12 12:36

      개포동에도 구룡산이 있었군요.
      구절초가 들국화 맞아요.
      들국화란 꽃은 없구요. 들에 핀 국화과 꽃을 통칭해서 들국화라고 해요.
      구절초도 국화과니까 들국화 맞아요. 쑥부쟁이도 그렇구요.
      산에 핀...들에도 피어있는...산국이라고 해요. 다음에 보여드릴께요.
      아드님 얼른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2. gomuband 2006/10/12 18:34

    제가 아는 방송인 중에...
    이양일님이 계십니다.
    영동의 산 속에 집을 짓고 사시지요.
    몇 번 가보았는데...동네 이름을 잊었네요.
    산 초입에 저수지가 있고 계속 올라가면 집이 있어요.
    기억이 맞다면...
    영동은 지금 한창 곶감 만들 때인데...^^

    • 두두지 2006/10/12 20:29

      영동에서 감도 많이 나고 포도도 많이 난답니다.
      이 맘때쯤이면 감 따서 곶감만들어 줄줄이 말릴때죠.
      영동은 산이 깊어서 군데 군데 저수지가 많답니다.
      물 좋고 공기도 좋은 곳인데 좋은데 자리하고 계시네요.
      저도 나중엔 집도 짓고 농사도 지을 계획입니다.

  3. 2006/10/12 21:14

    두두지님 고향이야기.
    넘 재미났어요.

    영동이라고 하면
    다리위에 집지었는주 알고
    용산이라고 하면
    용산공원 가봤냐고 물어본다 하시니..
    읽으며 미소가 지어지는거 있죠~

    구절초가 정말 예쁘네요.
    훈훈한 고향이야기.
    잘 듣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두두지 2006/10/12 21:21

      별 내용도 없는 고향이야기를 재미있게 봐주시니...
      구절초보다 앤님이 더 이쁜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 2006/10/12 23:30

      별 내용 없긴요~~
      두두지님이 적으시는 서정적인 차분한 글과
      사진을 따라가다보면
      마음이 저절로 가라앉아 지는걸요~~
      자연향이 난다고 해야하나..
      암튼 두두지님네~
      편안해서 좋아요!!

  4. blue 2006/10/15 17:41

    고향이 영동이라고라??
    지는 추풍령 바로 밑에 있는 김천인디요...^^

    • 두두지 2006/10/15 22:12

      우리 동네엔 '김천댁~'이 많구요~
      거기 동네엔 '영동댁~'이 많지요?

  5. 푸르나 2009/03/29 01:24

    아하! 백화산이었군요.
    사진을 보자마자 알아 보겠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저 산 참 기개가 넘친다'고 느꼈던 바로 그 산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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