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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여는 나팔꽃 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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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여는 나팔꽃 퍼레이드

내 안에 핀 꽃 2006/09/02 09:40 두두지

<빨강 나팔꽃>

출근길 아파트 입구를 나서면 가을이 왔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듯  상쾌한 아침 공기가 가슴 가득 밀려들어와 하루를 시작하는 첫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살포시 눈을 감고 하늘을 보며 살짝 고개들고 크게 숨을 들이마셔본다. 그래도 아직은 살만하다는 생각이 들어 싱그런 아침 출발이 상쾌하다.

빰빠라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아침 출근길 화단에 피어난 나팔꽃들이 기분좋은 하루를 기원해주었다.
이 녀석들 하는 짓이 가상해서 기념사진 한 장씩 찍어주기로 했다.

제일 먼저 만난 녀석은 조그만 연보라빛 나팔꽃이다. 제법 커보이지만 사실은 그리 크지 않다.
애기 나팔꽃이라고 하기까진 아니지만 중간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두 번째 녀석은 파랑색이 너무 짙어 보고 있으면 빨려들 것 같아 깊은 바닷속을 연상케 한다.

<연파랑 나팔꽃>

<진파랑 나팔꽃>

아침 햇살을 받아 깊이를 짐작할 수 없는 나팔꽃 대롱으로 깊은 우주의 블랙홀의 신비로움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한참 동안을 빛이 만들어 놓은 무대위에 나팔꽃은 혼신의 힘을 다하여 하나뿐인 관객을 위하여 불고 또 불어주었다.
텅빈 객석에 깊숙히 어깨를 묻고 관객하나 연주자 하나 그리고 두 사람만의 교감이 오고가는 상상을 해본다.
잠시 온 몸으로 전율이 느껴진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긴 연주를 감상했단 느낌까지도 들었다.

<진파랑 나팔꽃>

모퉁이를 돌아 버스 정류장옆으로 아직 잠이 덜깬 호박꽃이 하품을 하고 있다.
덩치 큰 녀석이 저러고 있으니까 오늘따라 참 귀엽게도 보인다.
부끄럼 많이 타는 나팔꽃하나가 호박꽃잎 사이로 숨어 피어 있다.
살짝 상기된 연분홍 홍조가 가련한 느낌마저 들게한다.
호박이 되고 싶었나보다.
아무리 봐도 호박꽃보다 더 화사해보이는데 호박꽃 두툼한 입술이 섹시해보였을까?
부러운 눈빛으로 호박꽃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못내 심상치 않다.
그냥 지금 그대로가 좋은 것 같은데 내일 아침에는 저녀석 얼굴이 아주 빨갛게 되어 있는건 아닐까?
다른 친구들하고 같이 있으면 니가 제일 돋보인단다.
어디 친구들하고 같이 서봐.
어깨를 토닥여주고 기운내라고 호박꽃 친구들 배경삼아 한컷 기념사진을 찍어주었다.

진파랑 나팔꽃의 연주도 끝나가고 연분홍 나팔꽃의 기념촬영도 마치고, 버스 정류장을 향해 발길을 돌리는 길목에 호른을 닯은 나팔꽃이 눈에 띄었다.
진한 자주색 화장을 하고 하얀 띠를 둘러 한껏 치장을 한 모습을 하고 굵은 바리톤 선율로 내 마음 깊은 곳까지 파고든다.
아마도 원예종 나팔꽃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정확한 이름은 찾아보아야할 것 같다.

<연분홍 나팔꽃>

<나팔꽃 원예종>

버스 정류장 옆 작은 연못가엔 메꽃이 피어있다.
내가 원조 나팔꽃이라고 목청높여 외쳐대고 있다.

그래 안다.

니가 원조 나팔꽃인거 온 세상이 다 안다.
솔직히 세 살먹은 어린애들도 다안다고는 못하겠지만 너 원조 맞다.
목에 힘좀 빼라 그러다 목쉴라.

<메꽃>

<분꽃>

<참깨꽃>

이런 나중엔 별 녀석들이 나 들이대네.
분꽃도 제 딴엔 한목소리 한다고  오디션에 나가겠다고 열심히 준비를 한다.

한쪽에선 하얀 섹스폰을 들고 한적한 곳에 우뚝서서 굵고 깊은 저음의 톤의 매력을 한껏 내뿜고 있다.
깨알 만한 녀석이 목소리하난 묵직한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목소리하난 들어줄만 했다.

어라? 너 나팔꽃 맞니?

흠...너네 아빠 얼굴 파랗지?
그리구 니 엄만 빨갛구?
너 너네 엄마 아빠 아주 꼭 닮았구나.
이쁘게도 생겼네.
너도 나팔 잘 부니?
엄마아빠 닯았으면 잘 불거야.
열심히 연습해서 멋진 나팔소리 들려주렴

오늘 아침은 나팔소리와 함께 시작되었다.

<연하늘 나팔꽃>

<자주 나팔꽃>

나는 알고 있다.

아침을 지나 바쁜 하루 일과가 한낮이 언제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나를 지치게 만들고 집으로 돌아올 때쯤이면 언제나 그랬듯이 축 늘어진 어깨를 하고 감길 듯 내려 앉는 눈까풀 치켜뜨고  다람쥐 쳇바퀴돌 듯 또 그렇게 하루 하루를 쌓아갈거란걸 말이다.
돌아오는 길엔 너도 그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을 접고 입마저 꼭 다문채 내일이 다시 오길 기다리겠지.
그래 다시는 돌아올 것 같이 않아도 내일은 언제나 우리 앞에 있는거야.
오늘 이 아침마저 축 쳐진 어깨를 할 수는 없는거야.

나도 너와 함께 목청높여 소리쳐 볼거야.

내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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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나무 2006/09/02 09:48

    나팔꽃종류가 무척 많네요
    이리도 나팔꽃 종류가 많더란 말인가

    나팔꽃 하나 골라 그안에 대고 소리치고 싶다

    내 삶을 위하여.. 네 삶을 위하여.. 우리모두의 삶을 위하여..

    위하여.. 를 자꾸 하니까 슬쩍 튕겨 나오는 소리 건배~!

    • 두두지 2006/09/02 10:36

      하하하...오늘 나팔꽃주가 탄생할것 같네요...
      나팔꽃주가 다 익으면 건배할 기회를 주실거죠?
      우리 모두의 삶을 위하여~~ 건배~!

  2. 문고리 2006/09/02 19:16

    나파꽃 하면 ..
    우선 이른아침에 이슬먹은 꽃잎의 싱그러움이 떠오릅니다
    담장옆에 활짝핀 나팔꽃이 하루의 기쁜 소식이라도 되는듯..
    미소가 드리워지는 고은 나팔꽃 이네여^^
    올해는 창가에 나팔꽃을 관리를 못해 다 죽어버렸답니다 ㅠㅠ
    내년에는 잘 키워바야지 .......

    • 두두지 2006/09/02 19:25

      아침에 나팔꽃에 햇빛이 들면 꽃잎위 이슬이 영롱하게 빛나는 게 예술이죠.
      버스타고 가는 길에 나팔꽃이 보여서 내려서 찍고 오느라 지각...^^
      그래도 문고리님 예쁜 글에 비할까요? 어림도 없을 것 같아요.
      나팔꽃도 키워보셨어요? 종류별로 꽃씨 받아서 내년에 키워봐야겠네요.

  3. 두두지 2006/09/02 19:54

    돌아오는 길에 메꽃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파트 담장역활을 해주던 쥐똥나무 위로 아침길을 축복해주던 녀석이었는데...
    쥐똥나무가 많이 자랐다고 이쁘게 머리를 다듬어 주었답니다.
    삼가 메꽃가족의 명복을 빌어봅니다.

  4. 뜰기 2006/09/02 20:49

    어디를 가도 아름다운 풀꽃들이.. 저의 마음을 심난하면서도 밝게하네요.
    우화화.....
    가을은 그간 훌쩍 와버렸습니다.

    • 두두지 2006/09/02 21:20

      우화화... 가을 꽃도 예쁘지만...뜰기님이 더 예쁘죠~!

    • 뜰기 2006/09/02 21:26

      에구 이 아름다운 주말에 뭐하십니껴!!

  5. 나싱개 2006/09/15 00:56

    공부하고 늦게 오는 아이 기다리다 우연히 들렀는데요..
    이게 웬 행운입니까?
    어쩜 이리도 예쁜 풀꽃들을 거느리고 사시는지요.
    부럽습니다.
    맛깔스런 글까지..
    가을로 가는 길목.. 밤늦도록 노니다가 설레임과 아름다움 가득담아
    멋진꿈 꾸러 갑니다..

    • 두두지 2006/09/15 08:14

      나싱개...참 오랜만에 들어봅니다.
      모르는 사람이 많을텐데...
      같은 말을 쓴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반갑습니다.
      자주 들러주시면...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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