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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분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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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분취

내 안에 핀 꽃 2006/09/08 23:39 두두지

<은분취>

사슴이 부럽지 않다.

봄부터 여름으로 그 뜨거운 가슴 뚫고
길고 긴 목 하늘 향해 끝없이 솟아 오른다.

하나 둘 예쁜 꽃잎 가위집에 가위끝 살짝 얹어
손만 닿으면 쏘옥 꺼내 휘리리릭 재주넘기를 한다.

화려하고 섬세한 손놀림, 경쾌한 발놀림으로
예리한 가위들을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가 않다.

이리 돌고 저리 돌아
덥수룩한 더벅버리 맵시나게 다듬고는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눈끝으로 돌아보며 또 그렇게 돌고 돈다.

긴머리 한 웅큼 손에 쥐고 뿌려내고
상쾌한 사각거림 귓전으로 스쳐대며 오고 가면

거울보던 참취처녀 살그머니 눈을 감고
잘려나간 머리칼에 숨긴 사연 곁눈질로 바라본다.

<은분취>

.....

빙글 회전하는 의자에 앉으면
하얀 나일론 천 목에 둘러 살짝 조여오는 느낌
알 수 없는 쾌감이 내 온몸을 전율에 떨게 한다.
발로 살짝 내리 밟아
키 높이로 의자가 내려갈 땐
긴 나락으로 빠져들듯 묘한 느낌마저 든다.

난 머리를 자를 때면 어김없이 눈을 감는다.
안경쓰고 머릴 자르면 안경있는데만 머리가 길까?
잠깐 생각을 해보곤 피식 웃음이 난다.

"어떻게 잘라 드릴까요?"
"예쁘게 잘라 주세요."
그 뒤로 가위 사각거리는 소리만 났다.

'손님 다 되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거참 이상하지? 내가 내머리를 잘랐나?

헷갈린다......


<참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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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주라 2006/09/09 02:32

    가위모양과 똑같은 게 참 신기하군요~~~

    • 두두지 2006/09/09 07:06

      가위같이 생기긴 했죠? 저만 그렇게 보이는건 아닌가? 하기도 했었는데...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2. 요셉 2006/09/09 08:24

    야!!!! 향기봐라.
    너무 향기 좋아요.
    두두지님을 위한 명언 한마디.
    "꽃은 꽃이로되 향은 향이로다."^^

    • 두두지 2006/09/09 10:16

      한장의 사진만으로도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요셉님...
      요셉님을 위한 명언 한마디.
      "꽃에 향기가 있듯 요셉님에겐 품격이 있다"...^^*

  3. 소나무 2006/09/09 21:45

    은분취는 미용실에 가져다 놔야겠네요
    신기 신기 가위가 꼽혀있는 꽃도 있구요

    • 두두지 2006/09/09 21:52

      가위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죠?
      머리 다듬으실 있으시면 은분취한테 부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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