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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짜로 마신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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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짜로 마신 커피...

콩나물대제국 2006/08/03 16:12 두두지

바다낚시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는 나는 남기로 했다.
저번 여행에서 채우지 못한 '갯'에 대한 열망의 미련이 남은 것이 더 큰 이유가 되었다.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숙소 뒷산으로 향했다.
사람이 잘 다니지 않고, 가시덩굴이 무성해져서 입고 간 바지에 걸려 실밥이 다 뜯겨져 나왔다.
물론 다 예상을 하고 산에 다닐 때 입는 이미 실밥이 많이 뜯겨져 있는 옷을 입고 나왔다.
그래도 가끔은 살을 파고드는 예리한 느낌이 짜릿하기도 하다.

틈실하게 생기고, 잎이 무성하게 달린 싸리나무가지 하나를 꺽어 들고 위아래로 흔들며 앞으로 나아간다.
사방이 거미줄이어서 그냥 무심코 지나가면 나중에 거미밥될까 무서워서다.
그러고 보니 난 참 겁도 많은가보다...^^*
올라가는 내내 사방을 둘러봐도 꽃이 보이지 않는다.
정상 부근쯤에 다 가서야 멀리 꽃이 하나 보였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며느리 밥풀꽃이다.
'갯'과 전혀 상관없는 서울 근처 산에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꽃이다.
그래도 기념으로 한컷해주기로 했다.

이런!
후회막심이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올라오느라 땀냄새도 나고,
사진 찍는다고 움직이지 않고 있으려니 이때다 하고 모기들이 달려든다.
그래도 어쩌랴~ 카메라 셔터가 다 눌러지는 그 순간까지는 참아내야한다.
나는 아마추어다~!
어느 블로그의 제목도 순간 스쳐간다.
나중에 세어보니 이십방도 넘게 물린 것 같다.
보이지 않는 곳은 세지도 못했다.

이번엔 이름을 모르는 꽃이다.
이름을 모르는 꽃을 찾아 카메라에 담고 이름을 찾아 머릿속에 저장하는 취미...
꽤 괜찮은 취미다.
모기 물려가며 찍은 사진 구경하세요.

며느리밥풀꽃
장구밥나무 
바닷가 쪽으로 내려와보니 밀물이 들어와 갈 수가 없다.
좀 더 쉬었다가 다시 나가보기로 마음먹었다.
돌아오는 길에 어제 저녁 그자리에 들렀다.
문은 다 닫혀있고 인기척도 없다.
커피 자판기가 눈에 들어온다.
한잔에 300원이라는 디지털 표시기의 숫자가 선명하다.

생각이 꼬리를 문다.

  1. 어제 후식으로 커피를 줬어...
  2. 누를 때 분명히 동전을 않넣은거 같은데...
  3. 디지털 표시기는 조작이 가능하잖아...?
  4. 안에 센서를 붙여 놓으면 되는거 아니겠어?
  5. 누를까? 말까?
  6. 밑져야 본전이잖아?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도 없다.
눌렀다.

'탁~!' 컵이 나오고~ '쪼르르륵~'
아침과 잘 어울리는 진한 커피향,
사락~ 커피잔위로 모락 모락 피어나와 살며시 사라지는...

그 맛! 그 느낌!

꽁짜였다!

그래도 양심이 있지~
커피값으로 광고사진 올려주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주인아저씨의 동의없이 커피값을 매겨본다.
자~ 여기 광고사진좀 봐주세요.

바닷가자리
조개구이재료 
커피값과 관계없이 좋은 정보 하나 알려주려한다.

이집 주인 아저씨~

아주 오랫적 할아버지대부터 이 동네 토박이란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물질해온 신선한 횟감이며 조개들을 여기다 팔아준다.
그리고 맛을 내는 솜씨 또한 일품이었다.

......

바닷가...진한 커피향...
아직 일어나지 않았을 그녀의 꿈속으로 나를 떠나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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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산오름산지기 2006/08/04 00:21

    아름다운 사진과 기행문 닮은 님의 단상들 잘 보고 갑니다.

    • 두두지 2006/08/04 08:20

      이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2. 두두지 2006/08/07 22:17

    며느리밥풀꽃 오른쪽 '장구밥나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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