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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로 온 때 늦은 지름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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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로 온 때 늦은 지름신이여~!

콩나물대제국 2006/07/29 12:08 두두지

오랜만에 형님 전화번화가 찍혔다.
엊그제 통화를 했는데 또 무슨 일일까?
맞형님의 전화는 반가울 때만 있진 않다.
좋은 일일까? 안 좋은 일일까?
늘 마음 졸이게 마련이다.

친척분이 건강이 좋지 않아 투병중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이다.
수원까지 내려가야한다.
우리 토즈도 쉬고 있어서 전철을 타고 한없이 내려간다.
이럴 때 오는 장마비를 보고 하늘도 슬퍼서 우나보다라고 말하면 쫌 그렇겠지?
잠시나마 쓸데없는 생각도 해보며 전철에서의 긴 시간을 채워간다.

가다보니 어쩐지 낯이 익은 길이네
고등학교 때 단짝 친구였던 녀석
지금은 그럴듯하게 얼굴을 잘 고쳐주는 성형외과를 하고 있는 녀석이 살던 곳이잖아~
생각난 김에 전화를 꺼내 눌러본다.

잘있냐?
요즘 고치기 힘들지?
우리 토즈도 성형수술좀 해줄래?
쓰잘데기 없는 말이 오락가락~
또 그렇게 남자들이 수다를 떨었다.
남자틀 통화끝에 꼭 나오는 말
'언제 소주한잔 하자~' 이건 없었다.
왜냐고 묻지마라~
단 하나뿐인 내결점이다.
아픈데 찌르지 말것!

...

돌아오는 지하철

차를 타고 다녀 전철 탈 일이 별로 없는데 언젠가 전철에서 손으로 누르는 간단한 재봉틀 파는 아저씨가 생각이 났다.
혹시나 만나면 이번엔 꼭 사가지고 가야지하고 다짐도 해본다.
참 다짐할 것도 많기도 하다.
카드도 넣고 명함도 넣을 수 있는 조그만 지갑 파는 아저씨가 지나갔다.
천원이라는데 그냥 보냈다.
이번엔 우산파는 아저씨다. 우산을 펴면서 팡~! 팡~!
"자 보세요~ 아주 튼튼하게 만들었어요."
"시중에서 만삼천원은 하는데 단돈 오천원입니다~"
그 놈 실하고 튼튼하게는 생겼다.
그래도 그냥 보냈다.
기다리는 손재봉틀 아저씨는 나타나지 않는다.

얼마전에 서울 아들 보고 싶다고 시골에 계신 어머님이 전화를 하셨다.
이 상황하고 잘 맞는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걱정이 되어 시간내서 시골에 한번 다녀올까 생각해본다.

기다리던 손재봉틀 아저씨도, 다른 물건 파는 아저씨들도 뜸해졌다.
안오려나보다 포기해갈때쯤 빨간 티셔츠 파는 아저씨가 등장했다.
월드컵 티셔츠다.

저번 월드컵때였지~
아들 녀석이 학교에서 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아빠~ 집에 빨간 티 있어?"
"글쎄? 그런데 왜?"
"웅~ 친구들하고 응원가기로 했어~"
"빨간 티는 못봤는데? 옷장에 있나 찾아봐라."
"빨간 색은 아닌데 아빠 운동할 때 입는 자주색 티 있었는데 찾아봐."

한참 뒤에 다시 전화가 온다.
"그거 긴팔이야~"
"그래 그럼 하나 사줄까?"
"아냐~ 됐어~"

됐다고 말하는 목소리에서 속 맘은 그렇지 않다는 걸 느끼지 못할 아버지가 있을까?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면서도 한편 대견하기도하고 마음 한켠이 든든하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 전철역근처에서 전화를 햇다.
"어디 있니? 응원재밌냐? 배 안고파?"
마침 근처에 있단다.
오마이 좋아하는 나는 오마이치킨집으로 잠깐와서 먹고 가라고 그랬다.
허걱~! 응원하던 친구놈들이 알아보고 와서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태람이 친구~ OOO입니다~!"
"어 그래? 야~ 거기 통닭 한조각 같이 먹어라~ 재미있니? 신나게 응원하고 놀아라~"
"아저씨~ 여기 통닭 더 주세요~!"
그날 난 통닭 몇마리 시켰는지 기억이 안난다.
그래도 다행인건 오마이치킨이 싸다는 거였다.
그래도 친구들과 같이 신나게 응원하는 모습이 좋아보여 기분은 참 좋았다.

월드컵 티 파는
아저씨의 멘트는 이랬다.

"우리나라가 월드컵 16강 갈꺼라고 월드컵 티 100만장 만들었습니다."
"월드컵 16강 진출한다고 백만장 찍었는데 못올라가서 쫄딱 망했습니다."
"한장에 천원씩만 주세요"
"사이즈는 95,100,105 있습니다"

헉! 110은 없네?
110짜리로 사면 나도 입고 아들도 입고 번갈아 입을 수 있는데~
다음 월드컵때 한번은 내가 입고 응원하고 한번은 아들녀석이 입고 응원하고 그럼 좋잖아?
2010년 월드컵?
살폿 미소가 지어진다.
미소의 의미는 상상에 맡긴다.

잠시 고민이 생겼다.
살 것인가 말 것인가?
샘플로 걸어놓은 티를 만져본다.
괜찮은 것 같은데~
고백하건데...난 옷 볼줄 모른다...^^*
그리고 또 하나
옷의 내구성에 대해서도 난 전혀 알지 못한다.
전문가가 아니니깐~...^^*

바로 이때다! 기다렸단듯이 지름신이 내게로 왔다.

아저씨~! 백오(105)짜리 하나 주세요!

샀다. 지름신이 내게 강림하셨다.

그런데 어디를 들러봐도 105란 표시를 찾아볼 수가 없네?
이거 속은거 아냐?
이리보고 저리봐도 없다.
역시 천원짜리다.
옆줄에 "L"자가 써 있어 스몰, 미디움, 라지로 구별하나보다하고 혼자서 중얼거려본다.

천금같은 내 돈 천원과 바꾼 월드컵 빨간티 보여드릴께요~!
감정 부탁드리고 부담없는 질타도 해주세요...^^*


백만장! 그렇게 많이? 이제 생각해보니...당했다!...ㅠ.ㅠ

마침
세요각시님 빨간티가 보여서 가보았다.
마음에 와 닿는다.
위로도 해줄겸 댓글도 달아줬다.
그래도 입기 편하다고 서로 위로도해본다.

잘입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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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요각시 2006/07/31 11:08

    ㅋㅋㅋ 잘 입자구요^^

    • 두두지 2006/07/31 11:44

      저 정도면 천원 값어치는 하겠죠?
      ㅋㅋ 저걸 배드민턴 칠 때 입을라고 생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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